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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배달을 하며 화가를 꿈꾸던 네로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루벤스 작품인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보며 생을 마감하는 명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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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랑시엔의 조형예술 박물관에 전시된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는 피터르 파울 루벤스가 이탈리아에서 귀환한 직후인 1610년대 중반에 그려졌는데, 높이가 3m를 넘는 대형 제단화다. 이 시기에 북유럽에서 제단화 규격이 급격히 커지고 종교화 이외의 주제를 재현한 작품들도 덩달아 대형화한 것은 루벤스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이 작품은 그 단적인 사례다.
루벤스는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를 세로가 길게 늘어난 구성으로 짰다. 세로 구성일 경우 등장 인물의 수를 줄일 수 있고, 배경의 표현보다 줄거리에 집중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 그림에는 모두 7명의 등장 인물들이 보이는데, 허리수건 이외에 완전한 알몸을 드러낸 화면 중앙의 예수를 중심으로 십자가에 달라붙어서 시신 분리 작업을 하는 화면 상단의 세 사람과 십자가 아래의 세 사람이 능률적으로 구분되어 있다.
십자가 꼭대기에 올라가서 쇠못을 뽑는 사람은 단순한 옷차림으로 미루어보건대 고용된 인부로 보인다. 한편 사다리를 타고 올라서서 시신을 부축하는 젊은 사람은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 그리고 십자가 뒤쪽에서 예수의 늘어진 오른팔을 받쳐든 나이든 사람은 니고데모일 것이다. 이들은 귀족적인 옷차림에서 인부와 비교된다. 십자가 아래에는 가장 왼쪽 귀퉁이에 꿇어앉은 자세로 예수의 못자국이 난 두 발을 어루만지는 여자가 막달라 마리아다. 길게 늘어뜨린 금발이 그녀의 특징이다. 그 옆에 붉은 옷을 입고 흰 수의의 끝자락을 손에 들고 위를 올려다보는 남자는 어린 애제자 요한으로 보인다. 어머니 마리아는 파란 옷을 입고 두 팔을 들어 예수의 시신이 내려오는 현장을 감독하고 또 니고데모와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을 돕는다. 이 시기의 다른 화가들이 그린 그림에서는 성모 마리아가 대개 골고다의 십자가 강하 장면에서 슬픔에 겨워 정신을 잃거나 혼절하여 쓰러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루벤스는 관례와는 달리 성모에게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십자가는 화면 중앙에 정면 시점으로 재현되었다. 그러나 십자가를 에워싼 강하 사건의 등장 인물들은 제각기 다른 역동적인 자세를 선보임으로써 화면 구성에 긴박감을 고조시킨다. 구성의 정적인 요소와 동적인 요소를 적절히 배합함으로써 화면의 긴장과 조화의 균형을 이끌어내는 바로크 회화 특유의 해결이다. 한편 비극적 사건에 동참한 등장 인물들의 격앙된 감정 상태는 이들의 자세와 표정뿐 아니라 배경의 하늘을 지배하는 검은 구름 무리를 통해서도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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