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란 무엇일까??"  

 

미대 1학년 교양 수업인 디자인론 시간에 교수가 학생들에게 던진 첫번째 질문이었다.

 

대부분 새학기라 쑥스러워서 말을 못하지만, OT때 주류파를 이룬 아이들을 중심으로 불쑥 불쑥

 

대답이 튀어 나오는데, 대개 '아름다운 것' '편리한 것'이다.

 

예상했다는 듯이 교수는 프레젠테이션을 넘기면서 말을 이어간다.

 

필립스탁의 쥬시 살리프가 위압적으로 등장한다.

 

 

"이건 아름답지도 않고, 편리하지도 않은데 어째서 최고의 디자인이 되었지??"

 

이견이 없다. 필립스탁을 슈퍼 디자이너로 만들어 놓은 베스트 셀러 제품이다.

 

레몬 쥬스를 짜는 도구이지만 편리하지도 않을 뿐더러 모양도 기괴하고 재질도 알루미늄이라서

 

집안 어딘가에 장식해놓기도 상당히 애매하다. 한마디로 아름답지도 않고, 편리하지도 않다.

 

교수는 말을 이어나간다. 바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리고 그 이야기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구매로 이어진다나 어쩐다나.

 

새내기들에게 충격을 주고 싶었던건지는 모르겠으나 결론은 '돈'이었다.

 

"돈이 안되는 디자인은 쓰레기다. 돈이 되는 디자인을 해라"

 

그렇게 첫번째 수업이 끝나고, 한학기 내내 자본주의와 함께 발전한 디자인의 역사와 더불어

 

바우 하우스를 배우고, 엔디워 홀을 배운다. "디자인 = 돈"은 상당히 설득력 있는 공식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디자인이라는 용어 자체나 디자인 학교는 자본주의와 함께 발생하고 발전했을지는 몰라도

 

그 개념은 선사시대부터 있었다. 음식을 저장하기 위해 흙을 빚어서 토기를 만들고

 

생선 가시로 빗살무늬를 새겨 넣었다. 명백한 디자인이다.

 

 

이렇게 만든 토기를 시장에서 돈을 받고 팔았을까??

 

"디자인 = 돈"의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도 돈이 되지 않는 디자인을 하고 있다.

 

페트병을 잘라서 화분을 만들고, 음식을 만들어서 정갈하게 담고, 블로그를 꾸민다.

 

 

이런 것들을 돈이 안된다고 쓰레기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디자인은 돈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인 것이다.

 

그걸 이론으로 설명하려고 이상한 개념을 갖다 붙이니깐 전문적인 학문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디자인학 개론의 마침표를 찍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

 

'디자인은 우리의 생활이다'는 매우 모호하고 하이틴 드라마 같은 느낌이다.

 

나는 디자인을 이렇게 설명하고자 한다. '아름다움'이라고...

 

앗!!! 아름다움이 또 나왔다. 참고로 나는 OT 주류파가 아니다.

 

하지만 '디자인은 돈'이라는 교수의 이야기보다는 '디자인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OT 주류파의 대답이 훨씬 더 끌린다.

 

뭐야!!! 그렇다면 교수의 PPT처럼 필립스탁의 쥬시 살리프는 설명이 되지 않잖아!!!

 

맞아. 확실히 쥬시 살리프는 기괴하다. 하지만 아름답지 않다고는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의 개념 역시 모호한 동시에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루브르에 있는 비너스상?? 그럴리가 없잖아. ㅋㅋㅋ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Q의 디자인학 개론2에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마무리는 공손한척)

?

XE Login